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단연코 후회하지 않는 영화였다. 90%의 확률로 당신은 이 영화에 매료될 것이다.
평점: 4.5/5.0
10월 23일 오전 11시 45분 서현CGV..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를 보고 왔다.
아침이라 잠도 깰 겸, 집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내려 마시고, 상쾌한 기분으로 보았다.
단연컨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생각보다(?), 기대를 안했는데(?), 아니면 양자경 팬이라서 보았는데 의외로(?) 재밌어서 놀랐을 것이다. 나도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이게 무슨 내용일까? 하고자 하는 말이 뭘까? 가늠이 안갔는데, 예고편의 5배 이상은 재밌고, 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심오하기까지 하고,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나는 예고편보다 영화가 당연히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관람한 블랙아담 같은 영화(?)는 예고편이 더 재밌었다. 2시간 20분의 런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영원히 이 영화가 안 끝났으면 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따뜻한 가족영화다. 아니, 코믹한 중국 액션 영화가 곁들여져 있는 따뜻한 가족영화다. 아니, 감히 특정 장르 라벨을 붙이고 싶지 않다. 양자경의 인생을 회자하고, 딸과의 관계를 치유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치유한다. 서로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항상 곁에 있는다. 가족이라도 타인이다. 타인을 이해할 순 없다. 이해하려 노력해도 이뤄질 순 없다. 단지 항상 곁에 있고, 응원할 뿐이다. 예술적 허용과 영화적 장르를 만껏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영화이다.
영화의 기본 컨셉은 다중우주이다. 여러 우주 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고, 특정 시점에서 나의 선택에 의해 우주가 또 하나 파생된다. 어떤 우주에서의 나는 무술의 달인이고, 어떤 우주에서의 나는 유명한 가수이다. 극에서 소개되는 양자경은 코인 빨래방을 운영하는 미국 이주민 중국인이다. 한없이 순박하기만한 중국인 남편과 여자친구가 있는 레즈비언 딸과 융통성 없고, 당신의 세대에 살고 있었던 대화가 단절된 중국인 노부가 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양자경은 순박하고 한없이 착한 남편이 지긋지긋하고, 늙은 노부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어렸을 때 노부로부터 받은 상처를 마음 한켠이 늘 묻어두고 있다. 그리고, 레즈비언의 딸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딸에게 상처를 준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우주에서 이런 멀티버스를 허물어 버리려는 악당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악당을 저지하는 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를 상세하게 나열하지는 않겠다. 직접 영화를 보고 체험해보시길 바란다. 이 영화는 영화적 판타지 요소를 관객의 거부감 없이 유쾌하고, 설득력있게 잘 연출했다. 영화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는데, "파트1: 에프리씽, 파트2: 에브리웨어, 파트3: 올 앳 원스"로 구성된다. 이런 구성을 한 이유를 유추해보건데, 파트1: 에프리씽에서는 멀티버스의 소개, 그리고 이를 허물려는 악당의 능력은 멀티버스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정신과 몸을 공유하고, 어느 모습이든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중우주에서 살고 있는 각기 다른 양자경의 모습과 순간의 선택으로 달라진 여러 갈래의 현재 여러 모습들, 어떤 선택에 따라 나는 어느 모습이든 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트2: 에브리웨어에서는 각기 다른 다중우주에서의 양자경은 겉보기에는 성공한 삶도 있고, 볼품없는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각자의 고민이 있고,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각각 떠앉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양자경은 모든 곳에서 서로가 떠앉은 각기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양자경의 본질은 하나이다. 또 어떤 선택을 하여 후회를 하고 있어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선택도 결국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후회는 불필요하다. 파트3: 올 앳 원스에서는 파트1과 파트2에서 끌어온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로 가족의 화해와 포용과 인생의 깊은 고찰을 유쾌하지만 그리 가볍지 않고, 쉽게 어물쩡 넘어가는 식으로 풀지 않는다. 정말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인생은 분노와 폭력이 아닌, 타인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 이는 양자경의 남편의 삶의 방식과 닮아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 혹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소한 계기로도 금방 친해질 수 있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잣대에 맞지 않는 가족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닌, 눈을 보며 따뜻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용기가 바로 가족으로 묶인 관계라는 점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딸과의 화해, 아버지와의 화해, 남편에 대한 사과.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 모든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에 담겨 있다.
영화는 양자경의 눈을 클로즈업해서 많이 보여준다. 또 그녀의 딸의 눈도 클로즈업해서 자주 보여준다. 가족들 속에 있지만, 외로워보이고 슬퍼보이는 딸의 눈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가족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왜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왜 인생에 있어서 너무 드물게, 혹은 이미 고맙다고 말하기 늦은 시점이 되어서야 가족의 사랑이 그토록 사무치게 느껴질까?
영화의 OST 또한 매우 훌륭하다. 적재적소에 음악을 잘 사용했다. 한동안은 이 영화의 OST를 들을 듯 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단연코 후회하지 않는 영화였다. 90%의 확률로 당신은 이 영화에 매료될 것이다.
평점: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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