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를 적당히 좋아하는 성남 사람입니다.
에프터 썬을 주말에 관람하고 왔습니다.
문라이트 감독의 입김이 들어간 영화라고 하는데요, 영화의 분위기가 문라이트의 분위기와 유사합니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인데요, 딸이 과거의 아버지를 회상하며 영화의 줄거리는 이어져 나갑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와 그의 사랑을 느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맨 먼저 영화에서는 주인공 딸아이가 캠코더를 들고 아버지에게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시작이 됩니다. 딸은 아버지에게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요, 아버지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딸은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어른이 된 딸은 어느 클럽에서 발광하는 조명아래에 춤을 추는 여러 사람들과, 그 속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표정은 힘이 든지 눈을 질끈 감기도 하며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튀르키에로 떠난 아버지와 딸의 여행기를 딸의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딸은 철부지의 정말 그 나이대의 행동과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즐깁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느낍니다.
성인이 된 딸은 아버지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버지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나봅니다. 아버지는 어떤 정신적 질환으로 생을 마감하였거나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게 분명합니다. 딸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최대한 헤아려보려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타인은 타인입니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불가능합니다. 제 자신의 내면 조차도 흠칫 놀랄때가 많으니까요. 그렇게 다시 영화는 발광하는 조명아래 춤추는 여러 사람들 가운데 그 속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아버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생을 춤추는 것과 같이 힘이 드는 것이지만 즐겁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리듬에 몸을 맞춰나가는 것이지만, 아버지는 리듬에 몸을 맞추지도 못하고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혀 즐거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춰야 하는 공간이므로 억지로 맞춰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집단의 문화나 분위기을 맞추기 위해 자신을 억지로 거기에 맞춰 끼워야 하는 상황들, 심지어 내 기분이 좋지 않아도 즐거운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라면 내면의 우울을 숨기고 모임에서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아버지가 춤추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평생 동안 지속되어온 춤인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딸은 그런 아버지를 껴안으며 아버지의 춤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지만, 동정하는 의미와 사랑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튀르키에의 여행이 끝나고 공항에서 딸을 작별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것이 었을까. 딸이 출국수속을 마친 뒤, 아버지가 뒷문을 열고 춤추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은 무척이나 슬퍼보입니다. 그나마 아버지에게도 딸과의 여행은 억지로 춤을 추어야 하는 삶의 부조화가 아닌 소소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나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현재엔 볼 수 없어 그리워하는 상황의 분들과 도움이 되고 싶지만 도와줄 수 없는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아주 공감이 갈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인 영화 평점: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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