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를 적당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넷플릭스의 아호, 나의 아들이라는 영화를 주말 새에 보았습니다.
항상 넷플릭스 평단의 찬사를 받은 영화 시리즈에 이 영화가 보였기에 언젠간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시간을 내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일단 영화의 평점은 3.5/5.0 입니다.
영화는 아호와 그의 친구 '무'가 한 가게에 들어서며, '무'가 '오뎅'의 팔을 마체테로 단칼에 쳐버리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바로 아호와 무는 소년재판에 넘겨지는데, 이때 아호는 잘못을 무에게 넘기는 듯한 스탠스를 취합니다. 실제로 '오뎅'의 팔을 자른 건 '무'이기도 합니다. 아호는 옆에서 지켜만 보며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쨋든 판결은 아호는 소년원 3년, 무는 소년원 5년 정도의 구금 판결이 나온 듯 합니다.
아호의 가정은 가부장적입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권위주의 아버지이고, 운전면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고, 어머니는 그나마 차가운 아버지에 비하면 따뜻하고 자식의 사랑을 내비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아호에게는 형이 하나 있는데, 형은 의사가 되기 위해 우리나라로 따지면 노량진같은 학원가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형은 순종적이고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어서 권위적인 아버지조차도 사람들이 "강사님은 자식이 몇 명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하나"라고 대답할 정도로 소년원에 가 있는 아호는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첫째 형만 자식으로 인정하는 깊은 애정을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매년 형이 공부하는 학원으로 찾아가 형에게 연초에 운전면허학원에서 나오는 수첩을 전해주며 격려아닌 격려를 해줍니다. 이럴 때마다 형은 감사합니다 라고 할 뿐입니다.
아호가 소년원에 가 있는 동안, 아호의 집으로 한 소녀가 찾아오는데, 아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합니다. 아호의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지만, 아호의 어머니는 그 소녀를 데리고 자신이 일 하는 클럽의 백스테이지에서 배우들을 화장시키고 단장시키는 일을 가르쳐줍니다.
착하고 선량하기만 한 아호의 형은 "나는 언제나 빛추는 햇살과 같아. 그늘이 없어."라는 말과 함께, 자살을 합니다. 사람들의 자살에는 언뜻 별다른 이유가 없어 보일 때가 많고, '그깟일로 사람이 죽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시선은 참으로 오만한 시선입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건 옷의 단추가 채워지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죽을 죄를 지어서 죽이는 경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호의 형이 자살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아호의 형은 너무나 착한 심성 때문에 그의 인생에서 자신은 없고 늘 베풀어줘야 할 타인만 있습니다. 자신이 힘들 때, 타인으로부터 벗어나서 숨을 곳이 없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은 우울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기 자신을 좀 챙기면 되지!'라고 하는 사람들 역시 쉽사리 판단해야 편한 유혹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아호의 형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호의 형은 여자친구와 동물원에 가면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동물들도 햇살이 강하면 그늘을 찾아 쉴 수 있는데, 나에겐 그런 그늘은 없어. 사마광이 돌로 항아리를 깨서 찾은 어린아이는 자기자신이었어. 나에겐 그런 항아리가 없었어."
아호는 그의 여자친구와 소년원에서 결혼을 하게 되고, 1년반만에 소년원에서 나와 열심히 살기로 합니다. 세차장과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며 열심히 살던 와중, 3년뒤에 '무'도 소년원을 나와 아호를 찾아옵니다. '무'는 재판당시 아호가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태도와 면회를 한번도 안온 것에 때문에 출소 후 아호를 괴롭힙니다. 아호는 아내와 자식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고자 하지만, '무'는 그런 아호가 마음에 들지 않나봅니다. 그래서 꼬투리를 잡고 나쁜 일들을 시킵니다. 어느날 아호가 '무'가 시킨 심부름을 하고 돌아왔는데, '무'가 자리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돌아왔지만, 며칠 뒤 어느 조직이 찾아와 '무'는 죽었다고 알려줍니다.
사실 '무'를 죽인건 아호의 아버지입니다. 아호의 아버지는 아호가 잘 일하고 있는지, 나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아들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무'가 출소하고 아호를 찾아간다는 것을 알고는, 따로 '무'에게 돈을 건내주며 더 이상 아호를 괴롭히지 말라고까지 회유합니다. '무'가 아호에게 심부름을 시키던 밤, 혼자 남은 '무'를 아호의 아버지가 차로 치어버립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발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올바르냐 올바르지 않냐의 주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호는 '무'가 죽은 이유를 모르지만, 관객들은 알고 있습니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와 얼마나 많은 드러나지 않은 어버이의 사랑, 그런 것들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따뜻해질까요. 하지만 그런 드러나지 않은 사랑의 힘들이 대지 속에서 꿈틀대기에, 대지 속에서 꿈틀대는 사랑의 힘과 그와 반대로 현실에서 차갑게 행동되고 차갑게 발화되는 속마음과 대비되는 모습이 인생을 더 아름답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인생은 표면에서 감추어 버린 부모님의 사랑, 조력자의 숨은 노고를 찾아내고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추어진 사랑과 표현과는 사랑이 이렇게 대비되는 이유는 동심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동심을 잃어버린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잊어버렸을 뿐입니다. 어린 시절의 동심이야말로, 그 사람의 솔직한 본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동심을 드러냈을때,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문화적 괴리 때문에 동심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동심은 아무리 딱딱한 사회라도 그 동심은 용인해줍니다. 어린아이의 힘이란 그런 것입니다. 어리광을 피워도 용인해주는 사회와 그런 어리광과 동심이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모습이고, 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자기만의 동심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호의 어머니도 아호의 어린시절을 회상할때면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어린시절의 동심이 어른들을 살게 해주는 힘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아호가 어머니를 자전거에 태우고 날씨 좋은 거리를 달립니다. 아호와 어머니는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햇살은 그리 강하지 않으며 그늘이 드문드문 있어서 아주 날이 좋았습니다. 아호의 형도 이런 그늘이 있는 햇살 좋은 날을 좋아했을 것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는데요,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주관적인 영화 평점: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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